하늘로 통하는 여덟 봉우리들 - 팔영산

전남 고흥반도. 소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고흥반도 동쪽으로는 여덟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멀리서 보면 산마루에 공룡알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봉우리들의 그림자가 전국에 드리울 정도로 넓다고 해서 팔영산(八影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흥읍에서 25㎞ 거리. 높이 608.6m.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 국립공원 섬들과의 어울림이 장관이다. 맑은 날이면 일본 대마도, 제주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여덟개 봉우리를 북쪽부터 아래쪽으로 1봉·2봉 순으로 불렀다. 그러나 1998년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고흥군은 문헌을 뒤져 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이란 옛 이름을 되찾았다. 최정상은 적취봉에서 30분가량 오르면 도착하는 '깃대봉'이란 곳이다.

 

팔영산은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주 등산로에 있는 사찰 능가사. 원래 이 절은 신라 눌지왕 때(419년) 아도화상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송광사·화엄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한 전라도 대사찰 중 한 곳이다. 보현사로 불려오다 임시왜란 때 모두 불에 타, 인조 때(1644년) 다시 지은 후 '능가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문화재인 능가사 범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헌병이 탐을 내어 고흥읍내 헌병대로 가져갔다가 되돌려놨다는 기록이 있다. 사하촌 아래 내려오는 전설은 팔영산의 유명세를 뒷받침한다. 초나라 위왕이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 그림자를 보고 감탄해 그 산을 찾으라고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수 십년 걸려 찾았다는 산이 바로 팔영산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대부분 숲터널로 이뤄져 햇빛이 따가운 여름에도 등산에 별 어려움이 없다. 대나무·측백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고로쇠나무 등이 천연림 상태로 서식하고 있다. 고라니·노루·멧돼지·오소리·다람쥐·청설모·꿩 등 여러 동물도 서식하고 있다. 북동쪽 곡강마을에 있는 '강산 폭포'는 일품이다. 곧이어 바윗돌이 벽돌처럼 포개진 신선대가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조화가 새삼 신비롭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이어 그림같은 동쪽 여수바다가 발길을 잡는다. 두류·칠성봉으로 가는 길에 버티고 있는 '통천문'은 압권이다. 등산객들은 누구나 여기서 잠시 산행을 멈춘다.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양쪽에 거대한 암반 버팀목이 있고 그 위에 바윗돌 하나가 엇비슷하게 얹어져 있다. 딱딱한 바위만 타다 흙과 낙엽이 쌓인 마지막 코스인 깃대봉으로 가는 길은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동쪽 산기슭엔 안양동 계곡을 끼고 187ha의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주로 참나무 숲이다. 모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숲속의 집' 4동과 60여개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 물놀이터, 체육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서쪽 등산로 초입에 팔영산장이 있어 밤을 보낼 수 있다.

 

다도해 섬들과 어울림 장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가 변화무쌍해 산행의 맛이 남다르다. 위험한 곳엔 철계단과 쇠줄이 설치돼 있어 어린이나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주로 활용되는 등산로는 3곳. 왕복 4~5시간이 걸린다. 종주를 하려면 산 서쪽 자락 능가사 입구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절 왼쪽의 대나무숲~야영장~팔영산장을 거쳐 30분 걸으면 흔들바위가 나타난다. 여기서 1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1봉이 나온다. 8봉까지는 2시간가량. 봉우리 아래에 우회로가 나 있으므로 굳이 바위봉우리를 탈 필요는 없다. 정상인 깃대봉을 내려온 후 남쪽 상사리 중앙초등학교로 내려오는 길이 종주 코스다. 그리고 깃대봉을 오른 후 다시 서쪽 산 중턱인 탑재를 거쳐 능가사로 되돌아오는 길과 동쪽 휴양림에서 1~2봉 사이로 올라 8봉과 깃대봉을 오른 후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길이 일주(一周) 코스.

 

승용차로 보성 벌교까지 온 후 고흥 방면으로 '공용국도'를 타고 1.5㎞ 정도 내려가면 855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능가사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광주나 순천에서 떠나는 버스를 탄 후 과역에서 내리면 능가사로 가는 버스가 있다. 15분 거리로 하루 8회 다닌다. 산 남쪽 상사리에 자리한 남포미술관은 명소다. 전국 유명화가들의 전시회가 연중 열리고, 음악회·연극 등의 공연도 잦다. 청정 바닷가에 생굴·매생이·미역 등 해산물이 풍성하다. 특히 산후조리에 좋다는 빨간 빛깔의 피문어가 많이 난다.

 

휴양림 아래 우천리 해안은 용바위·촛대바위·거북바위 등 볼거리가 많은 천연해수욕장이다. 주변이 온통 낚시터다. 이웃한 하얀 모래밭의 남열해수욕장에서는 소에 쟁기를 달고 밭 갈듯 참조개(백합)를 캐는 이색풍경도 만날 수 있다. 10여분 거리인 상사리~남열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자운영이 뒤덮은 봄 들판은 융단을 펼쳐 놓은 듯한 모습이다. 



P 여울가녘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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